중국에서 결혼식 주례사를 해보다
- 중국 이야기
- 2020. 2. 2. 12:16
저는 중국에서 11년 동안 살다가 얼마 전 완전히 귀국을 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그리고 시간낭비를 안 하려고 일부러 중국 현지인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한국인들과 왕래하면 외로움도 달래고 좋긴 하지만, 거의 놀자 분위기여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를 좋아하는 아주 친한 동생으로부터 주례연설을 부탁받았네요~
중국에서 돌아오게 되면 한국에서 적응도 다시 해야 하고 다시 자리 잡으려면 마음의 여유도 없고, 다시 중국에 가려면 비자도 다시 받아야 해서 무척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저는 9로 시작하는 학번입니다. 결코 맣은 나이가 아닌데, 주례사를 할 만큼 인생의 경험을 쌓지를 못했는데 주례사 라니요.. ㅠㅠ
하지만 그 친구는 왕복 비행기표와 경비 일체를 송금해 주면서 꼭 해달라고 수차례 부탁을 해와서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어로 말하는 건 두렵지 않은데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어버버 할까 봐 무척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독특하고 의미 있는 결혼이었습니다. 중국의 허례허식 중 하나인 성대한 결혼식과는 달리 스몰웨딩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축의금 대신 각자 역할을 맡아서 모두 하나같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어떤 친구는 자신의 사무실을 빌려주고, 어떤 친구는 케이크와 다과를 내리고, 어떤 친구는 커피를 내리고, 또 어떤 꽃집을 하는 친구는 결혼식장으로 예쁘게 꾸며서 결혼식을 도왔습니다.
덕분에 유쾌하게, 즐겁게, 평화스러운 가운데 무사히 마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보람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덕분에 2020년도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녀오고 나니 결혼식 주례를 겁도 없이 부탁한 그 친구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저 위의 빨간 상자는 하객들에게 드릴 캔디와 조그만 인형이 담긴 선물박스 입니다.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고 있네요~
케이크를 비롯한 모든 먹거리들을 친구들이 준비했습니다.
친구중에 꽃집을 하는 분이 계셔서 식장을 예쁘게 꾸며주셨습니다.
소소하게 했지만 나름 디테일이 살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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